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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그 해군은 사랑을 이루고 싶어!

저스틴 창섭/절망 2026. 3. 24. 22:26

원피스 가프 2차 창작


 

그러니까, 날 좋은 휴무 날이었다.

 

[그 해군은 사랑을 이루고 싶어!]

 

한참 젊은 날이었다. 날씨는 화창했고, 시내는 평화로웠고.

휴무임에도 할 일 없던 젊은 군인이 습관적으로 시내 순찰을 돌 법한 그런 날 말이다.

자주 가는 식료품점에 들러 사과 한 알을 사 들고 한 입 베어 물며 골목 모퉁이를 도는 순간 세상이 두 쪽 나는 줄 알았다가, 다시 땅 밑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가, 그 모든 것이 그저 느낌일 뿐으로 체험한 것은 자신 혼자라는 것을 알았을 때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처음 마주친 여자에게 제대로 반해버렸다.

 

평소의 성격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성큼성큼 다가가 이름을 물어볼 용기는 쥐어 짜내도 나오지 않았다. 커다란 덩치 탓에 상대방이 겁을 먹진 않을지 전전긍긍하며 손안의 사과를 으깨버리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그때 여성은 가게에서 볼일을 마쳤는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원피스 자락을 팔랑거리며 시내를 걸었다.

절대, 스토킹이 아니었다. 상대는 여성에 무력이 약해 보였고, 치안은 좋은 동네지만 양아치 녀석들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것은 핑계였고, 그를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고싶었을 뿐이라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변명하지 않으면, 정말로 스토킹이 되어버리니까, 이건 스토킹이 아니라며 자신을 변호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커다란 덩치가 어디 숨긴다고 숨겨지던가. 꼴에 해군이라 가진 옷도 흰색으로 범벅인 옷이라 눈에는 아주 잘 띄었다. 덕분에 여자가 들렀던 가게 주인의 신고에 의해 체포당했다.

중장이, 해병에게.

여자는 깔깔 웃으며 서슴치 않고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온 여자에게서는 좋은 향기가 났고, 입을 열어 제게 말을 거는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애교 넘쳤다.

 

저 따라 온 건가요? 아까 식료품점 코너부터?”

 

뒷짐을 지고 상체를 숙여 주저앉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워 보였는지, 여자의 등 뒤에서 그림자를 만드는 태양조차 눈이 멀지 않도록 신이 안배한 것만 같았다.

 

웃는, 웃는 모습도 아름, 아름답습니다.”

 

질문에 대한 대답도 아니고 변명도 아니었다. 하지만 얼이 빠진 사내의 모습은 꼴사납더라도 어떤 상황인지 확실히 알 수 있는 종류의 것이라서.

주변 상점에서 무슨 일인가 구경나온 사람들이 쿡쿡 웃는 소리가 들리자 커다란 덩치의 사내도 부끄러움이라는 것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빠르고,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여자는 그새 바로 앞의 꽃집에서 꽃을 한 송이 사 오더니 그의 셔츠 주머니에 꽂아주며 체포되느라 구겨진 옷주름을 펴주며 말했다.

 

사거리 동쪽 빵집에서 일하고 있어요. 다음 주 같은 날에 쉬고, 점심은 광장 노점에서 해결할 생각이에요.”

.”

생각 있으면 와요, 퇴짜 맞을 일은 없을 테니까.”

 

입가를 가리며 쿡쿡 웃던 여자는 그대로 해병에게 그를 놓아달라 말하며 수고 많으시단 인사를 전하고 저만치로 사라졌다. 거리에는 할 일이 사라진 해병과 주저앉은 사내, 그리고 구경나와 있던 상가 사람들이 남아 저편으로 사라진 여자의 뒷모습을 멀거니 볼 뿐. 여자가 완전히 모습을 감추자 사람들의 시선은 사내에게로 향하기 시작했는데, 사내는 목부터 얼굴 전체가 붉어진 모습으로 주저앉은 자세를 고칠 생각도 하지 않고 더듬더듬 자신의 셔츠 주머니에 꽂힌 꽃을 확인하며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

 

일주일 뒤, 우격다짐으로 비번을 바꿔낸 사내는 꽃다발을 들고 깔끔하게 차려입은 채 광장 분수대 앞에 서 있었다.

누가 봐도 긴장한 모양새는 푹 빠진 사람과 데이트 약속을 한 남자로 보였고, 긴장된 채 서 있던 남자는 옆에서 쿡 찌르는 손가락에 화드득 놀라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고 자신을 손가락으로 찌른 여자를 바라본다.

 

나왔네요, 광장.”

나온다고, 했으니까요.”

처음 봤으면서 믿었어요?”

당신이 한 말이 아니면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고 일주일을 지냈습니다.”

 

남자는 자신의 말이 유창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진심이나마 전하고자 마음을 다잡고 이 자리에 나왔다.

 

처음 봤을 때부터 반했습니다. 부담을 주려는 건 아니지만 진지한 마음으로 교제를 청하고 싶습니다.”

 

군인의 단련된 복근에서 나오는 말은 광장 인근의 사람들이 그를 돌아보게 만들기 충분했다. 집중된 이목에 귀 끝부터 열이 몰려 붉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한 점 후회는 없다. 다만 돌아올 대답에 심장이 부푸는 것 뿐.

여자는 교제를 신청할 줄은 몰랐는지 화들짝 놀란 얼굴로 자신에게 내밀어진 꽃다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조심스레 손을 뻗어 꽃다발을 받아들고, 향을 맡는다. 살풋 감은 눈이 파르르 떨리고, 머뭇거림이 머물던 입을 열어 한 남자의 고백에 대한 대답을 돌려준다.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함께 서로를 알아간 뒤에 대답해도 괜찮을까요?”

 

반쪽짜리 대답. 긍정도 부정도 아닌 애매함을 담은 유예. 하지만 그 말에 남자는 실망하기는커녕 함께라는 말에서 희망이라도 찾은 양 반짝이는 눈으로 여자에게 답할 뿐이었다.

 

! 함께 알아갈 준비 되었습니다!”

 

물론, 너무 힘이 들어갔지만 말이다.

 

~

 

두 사람은 이목이 몰려 소란스러워진 광장에서 손을 잡고 나와 근처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원래는 광장의 노점에서 먹을 생각이었다고 했지만, 마지막으로 대답한 남자의 우렁찬 목소리에 흘긋흘긋 두 사람을 보는 시선이 많아 칸막이가 있는 식당으로 옮기자 여자는 말했고 남자는 따랐다. 꽃다발을 들고 식당으로 들어온 남녀를 본 식당 주인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위치의 자리를 안내해주었고, 두 사람은 마침내 조용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광장에서 그렇게 이야기하실 줄은.”

광장에서 그렇게 이야기한 것은 죄송.”

 

똑같이 시작해버린 똑같은 내용의 대화. 두 사람의 시선은 마주치고, 이내 테이블 위엔 봄바람같이 따스한 웃음이 맴돈다.

 

정말 놀랐어요.”

놀라지 않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꼭 전해야겠다 싶었습니다.”

후후, 기억해둘게요.”

 

이어 요리가 나오고, 젊은 남녀는 요리를 즐기며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 상대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바야흐로 이었다.

 

~

 

식사를 끝내고 나올 무렵, 남자는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데이트 비용을 여성이 지불하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단 자신의 말에 우리의 만남이 데이트였냐 되묻고 자신의 몫을 계산하는 여자에게 격침당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는데, 에스코트라도 제대로 하자 싶어 문을 열기 위해 식당 정문에 손을 대는 순간 바깥의 소란스러움을 눈치챘다.

아무리 단단히 빠져 있다지만 그야말로 실책이었다. 의문을 가지고 다가오는 여자에게 남자는 작게 말한다.

 

바깥이 조금 소란스러운 것 같아서.”

그런가요? 오늘은 예정된 축제 같은 것도 없는데 이상하네.”

 

갸우뚱거리는 모습마저 귀엽게 보인다고 말하려던 남자는 곧 또 제 정신이 여자에게 팔렸음을 알아챘다. 속으로 부동심을 외치며 다시 바깥에 집중한 남자는 곧 이 소란이 해병들이 열심히 돌아다니며 분주히 누군가를 찾으며 생긴 소란이라는 걸 알아챘다. 누굴 찾는 거지? 의문은 피어오르기도 전에 물리적으로 차단당한다.

 

"저어, 무슨 일 있는건가요?"

 

남자는 그제야 소란스런 바깥으로 나가려던 여자를 품에 안은 채 식당 출입문을 막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식당 안쪽에선 뜨거운 시선들이 하나 둘 늘어났고, 휘유, 휘파람 부는 소리까지 들릴 무렵에야 남자는 토마토처럼 새빨개진 머리를 하고 식당 문을 나섰다. 당연히 여자는 품에서 놓아준 채로, 에스코트하면서 말이다.

여전히 소란스러운 거리를 여자에게 설명할 정신이 들었을 무렵, 청천벽력처럼 내리꽂히는 외침이 있었다.

 

"저깄다!"

"저기 가프다!"

"여자랑 함께 있다!"

 

남자는 그제야 알아챘다. 저 망할 해병 녀석들은 지금 자신이 광장에서 고백한 걸 듣고 구경하러 온 마린포드를 쥐잡듯이 뒤지고 있었던거다!

남자, 가프는 자길 놀릴 생각에 상대 여성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못하고 이 몽키 D 가프를 온 마린포드의 구경거리로 만든 저 동기와 선임들을 기필코 바다에 담궜다 빼기로 마음먹었다.

 

"저 망할 녀석들이... 죄송합니다, 동기와 선임들이 광장에서의 일을 듣고 저를 놀리러 나온 모양이라..."

"? 어머, 하하!"

 

그러나 여자는 가프의 생각보다 밝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숨바꼭질... 아니, 들켰으니 술래잡기 인가요? 재밌을 것 같아요."

 

당신, 알면 알수록 재밌는 사람이군요? 이미 대차게 망한 데이트임에도 함께 하겠다는 뜻의 대답. 거기에 가프는 기꺼이 응한다.

 

"절대 잡히지 않고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드리죠."

 

믿음직해라. 여자의 말을 마지막으로 실례한단 말과 함께 허락 없이 여자의 허리를 감싼 가프는 그대로 여자를 들어 안아 골목으로 빠졌다. 가까운 곳에서 가프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마린포드의 골목도 여느 골목과 다를 바 없이 복잡하기 그지없어 가프는 쉽게 몸을 숨길 수 있었다.

자아, 견문색을 발동할 시간이다. 가프는 복잡하게 펼쳐진 마린포드의 시내 사이사이를 누비는 해병들의 기척들을 느꼈다. 여성을 모시고 골목에 숨어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 데이트는 데이트대로 즐길 것이다. 단단히 각오한 마음으로, 가프는 입을 열었다.

 

"식후에 아이스크림을 먹고싶다고 했었죠?"

", 기억하고 계셨나요? 하지만 이 상황 속에선 무리 아닌가?"

"설마요."

 

가능합니다. 씨익 웃은 가프가 꽉 잡으라며 제 목을 내줬다.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는 가프를 바라보던 여자는 킥킥 웃으며 그 단단한 목에 팔을 둘렀고, 여자가 웃었다는 사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갈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라 생각한 가프는 훌쩍 뛰어올라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와아-, 여자의 나직한 감탄소리. 이제 바람이 좀 강하게 불 겁니다. 격한 움직임을 예고한 가프는 옥상을 건너다니며 식당에서 대화할 적 여자가 좋아한다 말했던 아이스크림 집에 도착했고, 계산을 하고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갈때 쯤 다시 자신과 여자를 발견한 동기들에게서 같은 방법으로 도망쳤다.

가프는 여자가 지나치게 익스트림해진 이 데이트에 질려할까 걱정했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여자는 마린포드의 곳곳과 바람을 즐겼다.

두 사람은 이리저리 건물을 넘나들고, 가끔은 골목길에서 아슬아슬 두 사람의 걸음으로 걸으며 대화를 나눴고, 그 사이에 옷가게와 식당을 한 번 더 들리기도 했다. 어느덧 해가 지고, 아무리 치안 좋은 마린포드라도 귀가하는 것이 바람직할 시간이 다가왔다.

 

"오늘,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니에요, 이런 경험은 태어나서 처음이였는걸요. 재밌었어요."

"재미로 끝났다니 다행입니다."

"가프 씨는 재미 없었나요?"

 

올려다보는 눈의 여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본다. 그 말이 꼭 여자 자신과 보낸 하루가 재미 없었냐는 뜻 같아서 가프는 황급히 대답한다.

 

"재미 있었죠! ! 재미있는 하루였습니다."

 

가프의 대답에 여자는 쿡쿡 웃고, 가프는 다시금 얼굴에 열이 몰리는 게 느껴졌다.

 

"이만 들어가볼게요."

", 제가 아직 바래다 드리는 건 좀 그러니까... 조심해서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아쉬움을 담아, 차마 멀어지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 땅을 보며 가프는 말한다. 그러나 제 발 맞은편에 있는 작은 발은 움직이지를 않고, 의아함에 고개를 든 가프에게 여자는 말한다.

 

"오늘은 혼자 들어가지만, 다음에는 당신이 데려다 줘야죠. 내가 가는 길을 봐 놔야 할 거 아녜요?"

"...?"

 

얼빠진 대답. 하지만... 하지만 그 어느때보다 듣고싶었던 대답. 낙담에 굳었던 얼굴은 서서히 환하고 밝은 표정을 덧입는다.

해병, 몽키 D 가프. 사랑에 성공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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